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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생활바카라 제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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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구남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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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장

우리는 다음주 일요일 새벽으로 날을 잡았다.
그렇게 날은 계속해서 지나갔다.
사실 아직까지 확신이 서지않았다.

잃은돈은 잃은돈이고,
빚은 빚인데. 그렇다고해서 노친네의 집을
털어먹으면서까지 범죄을 저지르는게 맞는걸까.

만약, 까딱해서 실수라도한다면 우리는 정말
감옥에 가고말지 모른다. 그렇다면 인생은 이전보다
훨씬 버거워 질게 분명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석이의 말에 자꾸만 흔들렸다.
' 모험 한번 해보자 ' 모험. 올라가기 위해서 모험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바카라를 한 것 또한 모험이었다.
이길지, 질지 알 수 없지만 성공하기 위해선
모험에 기꺼이 응해야만 했다.

.
.
결국 나는, 마지막 모험을 건 배팅을 해보기로 했다.
몇 일간 일을 하며 번 돈을 합하자니 30만원여 정도가
수중에 있었다. 이 돈 전부를 바카라에 넣을 생각이다.

만약 돈을 딴다면, 석이와 함께하기로 했다.
하지만 잃는다면, 구미까지 내려갈 차비조차 없으니
나는 빠지기로한다. 내 운명은 결국 딜러가 여는 카드패에
달려 있다. 진정한 도박을 해보기로 한것이다.

사이트에 접속해 30만원을 충전하고는,
그림장이니, 딜러의 인상이니 뭐니
아무 방이나 들어가기로 한다.

줄 조차 보지않고 나는 과감하게 뱅커에 30만원을 배팅한다.
플레이어와 뱅커, 결국 카드패에 따라 내 미래는 정해진다.

카드 오픈
.
.
플레이어 6
뱅커 7
.
.
플레이어 2
뱅커 2


결국 한끗차이로 뱅커가 승리했다.
승리했지만 기쁘지 않았다. 한끗차이였다.
나는 의미없는 카드패를 보며 생각했다.

한끗차이.

생각해보면 인생은 결국 모든게 그 한끗차이로 인해
바뀐다. 한끗차이로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 만나기도 하고
한끗차이로 이별을 하기도 하고, 한끗차이로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한끗차이로 살기도 죽기도 한다.

9대8이었다. 나는 결국 석이와 가야만했다.
범죄의 유혹은 참으로 달콤한듯하다.

.
.
.

우리는 일요일 새벽 6시 서울역에서 만났다.
석이의 낯빛은 잠을 한숨도 못잔듯 했다.
말은 그럴듯이 했지만, 알고보면 베포가 작은 녀석이었다.

우리는 무궁화호를 나란히 타고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3시간30분을 달리는 동안 우리는 서로 말한마디 하지 않았다.
아마 기차를 타고 가는동안에도, 석이또한 고민에 빠졌을것이다.

빚이란, 정말이지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만들어준다.
빚쟁이가 된다면, 소설같은 이야기또한 현실이 된다.
매일같이 추심전화와 문자가오고, 통장은 압류된다.
세상을 살아갈 의욕조차 저하된다. 죽음은 아득히 멀리 있다
생각하지만,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단걸 깨닫는다.

돈이란 것은 보험금을 타기위해 가족을 죽이는 일까지
서슴없이 가능케 만들어준다. 돈이란 단순한 지폐 쪼가리가 아니다.
돈이란 삶과 죽음을 상징하고 이어주는 오작교같은 역할이다.

그리고 우리는 바카라를 단순한 도박으로 본다.
하지만 바카라는 도박이란 탈을 쓰고 돈과 가장 가까운 친구다.
그것은 천사의 탈을 쓰고 우리를 유혹하지만
결국에는 탈을 벗어던지고 악마로 변해 우리를 지옥 불구덩이속으로 떨어트린다.

.
.
.

어느샌가 구미역에 다다랐다.
우리는 시내로 향해, 근처 모텔방을 잡는다.
칙칙한 모텔 입구에 들어서 연박 계산을 한 후
붉으스레한 조명 아래 침대에 앉는다.

그제서야 석이는 입을 뗐다.

" 구미도 참 오랜만이네. "

" 그러게, 니랑 이런 모텔방에 올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

석이는 너털웃음을 짓고 기지개를 폈다.

" 할매 집에 돈이 아마도 꽤 있을거다.
은행도 안가고 집에 돈놔두는 할마시면 말 다했지 뭐 "

아직까지 나는 확신이 서지않았다.

" 석아. 근데 진짜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나 "

석이는 한숨을 쉬었다.

" 진수야. 우리가 돈 벌수 있는 방법이 인제 뭐가 있는데?
빚 니 평생 깔거가? 결혼은? 직접 훔치는게 맘에 걸려서 그렇나 "

" 아니 그런건 꼭 아닌데.. 난 참.. "

" 진수야, 니는 그럼 뭐 어디 캄보디아라도 가서 보피라도 하고온나. 니 그런거 할 수 있겠나? 지금 이게 우리 마지막 기회인거다.
이런 기회 잘 없다 친구야. 이건 그냥 그 할매가 내 돈좀 가져가소 하고
도둑놈들 기다리는 꼴이다이가 "

석이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죄책감은 없어보였다. 그저, 오늘하루 무사히 일을 끝내길
바라는 눈치였다.

" 근데, 만약에 훔치다 잡히면 어쩔건데 "

" 누가 돈을 다 훔치자더나, 절반만 훔치자고.
노망나기 직전인 할매가, 지 돈이 정확히 얼마나있는지
알기야 알겠나 "

" 그러면, 돈이 어디있는지 니 알기는 아나 "

석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 니 상민이 기억나나? 우리 학교다닐때 체구도 작고 삐리해서 맨날 얻어 터지고 댕기던 자슥있잖아. 금마랑은 뭐 요즘도 간간히 전화하는데
금마가 얼마전에 할머니 팔순잔치 한다고 모였다가 그 할매 이야기를 들었다카대 "

석이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 지도 어른들 이야기하는거 듣다가 들은건데, 성수리쪽 동네에 빨간돌담으로 지은 집이 있는데, 그게 그 할매집이라하대. 근데 그 할매가 특이한게 집안에 돈 놔두면 누가 훔쳐갈까봐, 변소 옆에 텃밭을 하나 기르는데 거기 옆에 땅에 돈을 묻는다하더라고. 그걸 상민이네 집안 어르신이 거 마을 회관에 볼일있어 가다가 봤다카드라 "

우리의 계획은 간단했다.
해가 진후에, 버스를 타고 19개 정류장을 지나
신화 아파트에 내려서, 성수리로 가는 마을버스를 타고 드가는 것이었다.
이후 인적이 드문곳에서 조금 대기하다 새벽이 될 시간에 맞춰서
빨간돌담 집을 찾아 담을 넘고 돈을 훔치고 달아나는 것이었다.


.
.
그렇게 시간은 다가왔다.
우리는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후줄근한 옷을 입고
사람들의 눈에 띄지않게 고개를 최대한 숙였다.

마을버스로 갈아타고나니 성수리 마을회관쪽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버스에는 몇 명의 노인네들과, 피곤에 절은 기사가 연신 하품을 해대고 있었다. 우리는 작은 가방을 메고, 그 안에 모종삽과 빵과 물
그리고 뜯지않은 핫팩을 넣어뒀다.

버스에서 내리고 난 후에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시골 할머니댁에 놀러온 손자들인것처럼 행동한다.
밤은 깊이 찾아오고,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보였다.

어두운 밤이 되자, 이 작은 마을의 집들이 하나 둘씩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차디찬 바람속을 거닐며
마을을 걷기 시작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무수한 별들이
우리를 지켜보는 듯 했다.

서울 시내에서는 밤에 별을 보기가 참 힘들다.
하지만 이 곳에서만큼은 빛나는 별들이 하늘에 가지각색으로
자리잡고 이 동네를 비추고 있었다.

마치 감시탑 아래, 탈출을 감행하는 죄수가 된 기분이다.
밤 공기를 맡으며, 농원을 지나 걷다보니 어느덧 빨간돌담 앞에
도착했다. 불은 꺼져있었다. 시간을 보자 어느덧 밤 10시가 다가왔다.

석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지막히 말을 걸었다.

" 진수야, 긴장하지마라. 별거없다.
모종삽 잘 챙기고, 일단은 할매가 아직 깊게 잠들지 않았을수도 있으니까
여기 근처에 사람없는데서 좀 기다리자. 니 담배있나 "

" 어 한대 줄까, 그나저나 니 핫팩은 필요없나 "

" 해병대는 그런거 필요없다 니나 마이써라 "

우리는 텅빈 거리를 걸으며, 근처 대교로 향했다.
대교 옆 버스정류장 앞에 앉아, 빵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다.

문뜩, 지난 날들이 생각났다.
바카라로 돈을 따던 그 날들.
그리고 잃던 날들.

어쩌다
우리가 이런 외지까지와서 도둑질이나 하려는걸까
이렇게 까지 해야만 하는걸까.
나는 다시한번 석이에게 물었다.

" 석아, 니는 근데 이렇게까지 하고싶나 "

석이는 빵을 먹다말고 담배를 끄나물었다.
불을 붙이고는 연기를 쓱 내뿜고 답했다.

" 진수야. 나도 사실은 인제 모르겠다.
도박이란게, 니나 내나 알다시피. 해봤자 잃는다 아니가
나도 사실 그 할매돈으로 돈을 따도 어차피 언젠가 다 잃을거 같은
생각은 계속든다 "

의아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여기까지 오자한것인가.

" 그럼 니 여기는 왜오자캤노.
이런게 의미가 있는 짓거리가 지금
도박하고 빚져도 이런짓 안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

석이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때 바람이 휑 하고 지나갔다.

" 한번씩 자다가 이런 생각이 들곤 하더라.
바카라를 가만보면, 카드패로 지다가 올라가기도하고
올라갔다가 추락하기도 한다이가.

근데 그 카드패가 체스로 치면 말 아니가.
우리같은 사람도 결국은 그 말이다 말.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도하고, 내려갔다가 올라가기도 하는
그런걸 생각하면 결국 인생이란게 바카라같더라.

때론 지옥이기도한데, 천국일때도 있다아니가 "


석이의 말에 나도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다봤다.
밤 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석이는 말을 계속해서 이었다.

" 근데 나는 그런 바카라가 너무 좋다.
고통을 주잖아. 인생에.
사실 그 고통이 너무 힘들때도 많은데
그 고통이 주는 쾌락에 중독되는거같다.

그리고 난 이제 그 고통의 끝을 함 보고싶다.
우리가 올라갈 운명이라면 올라가는거고
여기서 더 추락해뿌면 이제 바닥아니가. 완전한 밑바닥 "

석이는 아마 마지막으로 쥐어짜낼수 있는 돈을 훔쳐
잃고싶어하는 듯한 눈치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걸 다 잃어야만
도박을 멈출수 있다고 생각하는듯 했다
그리고 그 할매가 자신의 마지막 동아줄이라 생각하는 듯 했다.
틀린말은 아니었다. 우리가 여기서 그 동아줄을 잡아 탈수도 있을테지만
그게 썩은 동아줄일수도 있는법이다.
올라가거나 밑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거나.

신이
우리를 살릴것이면 튼튼한 동아줄이 내려올 것이다.
하지만 우리를 죽일것이라면 썩은 동아줄이 내려올터.

어느덧 시간은 흐르고 흘러 자정을 지나
새벽 1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
.
.

우리는 빨간돌담앞에 긴장되는 마음으로 섰다.
최대한 발소리와 숨소리를 내지않고, 서로 얼굴을 가까이 마주보아야
들릴정도의 작은 말소리를 내며 돌담을 넘기 시작했다.

연식이 오래되어보이는 단독주택의 마당을 지나, 우리는 건너에 있는
변소를 발견했다. 발소리를 내지 않기위해 뒷꿈치를 들고는 생선을 노리는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갔다.

작은 텃밭옆에, 흙이 패인듯한 흔적이 있는 땅을 발견했다.
할매는 깊게 잠든 탓에, 이 집안에 누가 들어온지 조차 모르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자연스레 쪼그려앉아 누가 뭐랄것도 없이
모종삽과 손을 이용해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러면서도 빠르게.

그리고 우리가 한참동안이나 그 흙을 파내는동안
서서히 돈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폐 쪼가리의 돈.
삶과 죽음을 잇는 오작교 역할을 가진 돈.

그리고 그때 어디선가 문이 열리는 소리와함께
발소리가 들려왔다.


- 8장 마지막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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