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생활바카라 제4장

제 4장

2주가 지났다.

도합 5천만원을 땄다. 오로지 내 힘으로 번 돈이었다.
그러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석이녀석보다
더 능력이 있는거 아닐까?

그 생각은 생각의 꼬리를 물고 물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회사에 있던 짐은 동료 동기가 집으로 갖다주었다.

행복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조금 만 더 벌어들인다면, 나는 결혼 준비를 마친 남자가 될 것이다.
차도 벤츠를 뽑을거다. 아니다.
이왕 타는 차는 석이녀석보다 더 좋은차로.
중고 포르쉐라도 알아봐야하나?

나는 어느덧 전업 생활바카라꾼으로 접어들고야 말았다.
그것도 단 2주일만에 말이다.
인터넷과 각종커뮤니티를 찾아봐도 2주만에 5천을 벌어들인 남자의
이야기는 찾을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더욱 내 재능을 확신했다.

나는 조절 할줄 알고, 잃지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도박판에 있어 가장 무시무시한 능력일터니.
마치 초능력을 얻은 피터파커가 된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었단 걸 난 아직 몰랐을 뿐이다.

" 여보세요? 정화야 쇼핑가자 "

오후5시, 더위가 누그러질때 쯤 나는 정화와 만났다.
아직까지 차는 없지만, 대신 우리는 택시를 탔다.

" 기사님, 고터 신세계 백화점으로 가주세요 "

" 오빠, 백화점은 갑자기 왜 가는거야? 그나저나 오늘 회사는? "

정화는 아직 내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을 모른다.
그리고 내가 도박으로 돈을 땃다는 사실조차도.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지만
비밀로 하는것이 좋을것만 같았다.

" 오늘 사직서 제출했다 정화야. "

정화는 당황하며 물었다.

" 어? 아니 갑자기 왜? 뭔일있어? "

" 오빠가 얼마전 부터, 뭐 주식 이런거 투자를 좀 하는데
돈을 좀 많이 땄어 "

앞에서 운전하던 기사님이, 리어뷰 미러로 우리를 흘낏 쳐다본다.

" 무슨 주식? 오빠 주식했었어? "

나는 능숙하게 거짓말을 한다.
어찌됐건 도박이나 주식이나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

" 응, 예전부터 좀 했었는데, 암튼 많이 땄다. 오늘 백화점가서
고르고 싶은거 다 골라뿌라 "

그렇게 정화는 영문을 모른 채, 샤넬 매장 앞에 섰다.
정화는 어쩔줄 몰라하며 같은 자리를 돌고 돈다.
아마 이런적이 처음이라 당황한것만 같았다.
그 모습이 마치 어린 아이같아 귀엽기만 했다.

" 아니 오빠. 나 이런거 없어도 돼. 너무 비싸잖아 "

" 오빠가 얼마 번 줄은 알고 이러는거가? "

나는 샤넬 매장안으로 당당하게 들어섰다.
정화는 그런 나를 쫄래쫄래 따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매장 곳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웃긴것은 정화가 쇼핑하는
그 순간에도 나는 카드패를 떠올리고 있었다.
여기서 돈을 쓴다면 나는 그것을 복구해야한다는
무언의 강박때문이였다.

도박으로 딴 돈을 쓸 때면,
언제나 도박으로 그 돈을 메꿔야만 마음이 편했다.
정화는 7백짜리의 샤넬 토트백을 골랐다.

난생 처음, 여자친구에게 선물 다운 선물은 사준 날이었다.
저녁은 학동에 위치한 일식 오마카세로 배를 채우곤
한남동에 위치한 고급 와인바로 함께 이동했다.

화이트인지 레드인지 맛 분간 조차 못하지만
폼내는 법은 어디서 배웠는지, 나는 어느덧 글라스잔을 들고는
한껏 뽀대나는 자세를 취했다.

" 오빠, 우리 5일뒤면 일본 여행가는거 알지?
내가 계획은 다 짜놨어! "

아차, 5일뒤면 벌써 5주년이었다.
바카라에 너무 깊게 빠져있던 탓에 잠깐 잊고 있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비행기는 비즈니스석이 좋을것 같았다.

" 그럼 비즈니스석으로 예매해뿌자. 오빠가 경비 다내주께 "

정화는 앞전에 샤넬백의 가격을 듣고, 결제를 할때 이어
한번 더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몹시 난처해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조차 나는 즐겼다.

마치 정화 앞에 나는 능력있는 남자친구가 된것만 같았고
정화는 내 능력을 누릴 자격이 충분했다.
아마 이때쯤부터 나는 스스로 자만하고 나르시즘을 느낀것만 같았다.

" 비즈니스.. 오빠 돈을 대체 얼마나 번거야? "

" 5일뒤면 알게 될거야 "


나는 5일뒤 정화에게 프로포즈를 할 심산이였다.
5캐럿 다이아 반지를 준비하면서 말이다.
물론 5일동안 나는 바카라와 승부를 볼것이다.

시드를 1억으로 맞추는 것이 내 목표였다.
나는 내 능력을 의심 하지 않았다. 나는 이제 그림을 볼 줄 알았고
줄을 타고 꺾을줄도 알았다. 잃은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2주만에 5천을 만든 사나이. 바로 나! 이진수다.

집으로 돌아와 오늘도 여김없이 씻지 않은 채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사이트에 접속 후, 그림장이 어느정도 흘러간 방으로 들어간다.

시드 1000만원을 충전한다. 2주만에 이렇게 배포가 커진것에
스스로도 놀랄 노자였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빠따 쎈 배팅을 건다.
[ 플 뱅 플 뱅 플 ]

확신의 퐁당 구간이었다. 나는 뱅커에 5백만원을 배팅한다.
초장부터 승부를 보고 시드를 불려 더 크게 배팅해서
시드를 늘리는것이 나의 승부사 배팅법이었다.


잠시 후 카드가 깔리기 시작한다.
플레이어에 먼저 9가 깔린다.
이윽고 뱅커에 5가 깔린다.

위험하다. 9를 죽이는 숫자가 나와야만한다.
시작부터 내추럴은 아니잖아!
천천히 딜러가 카드를 까는 타이밍에 맞춰
나 또한 담배에 불을 붙힌다.

플레이어에 A가 깔린다. 나이쓰! 이러면 플레이어는 0이다.
이윽고 뱅커에 K가 깔린다. 나이쓰! 뱅커는 5다.
내가 이길거란 확신을 준다. 미소를 띄며 담배 한모금을 빤다.

씁- 후- 씁 - 후-

하지만.. 추가카드가 나온다.
제발 꿍! 제발 꿍!
그러나.. 플레이어에 5가 깔린다.

괜찮아. 아직 플레이어5 뱅커5야
뱅커 추가카드로 올라가면 돼.
뭐 꿍이 나오면, 타이로 한턴 쉬는거고.

추가카드 오픈..
이윽고 다이아 7이 나온다.
아... 여기서 5에 7을 더해 2로 죽여버린다.

썩이 나간다. x발.
한번의 실수로 5백이 죽었다.
하지만 괜찮다.

[ 플 뱅 플 뱅 플 플 ] 이다 이말이지?
나는 천천히 생각해본다.
그림장을 지켜본다.
고민끝에 플에 남은 5백을 전부 배팅한다.

쏜살같이 12초가 지나가고는
딜러가 패를 깐다.

플레이어..Q
뱅커..2
플레이어..6
뱅커..J

그리고 뱅커 추가카드 오픈..

좋다... 플레이어는 6이다.
뱅커는 2꿍이다.. 절대 높은 숫자가 나와선 안된다.
A 라도 나와라. 아니면 한번더 꿍. 제발!

뱅커 추가카드 오픈..
클로버5!

!!?

아니. 7대6 1점차로 죽었다.
2주동안 단 한번도 초장 승부를 진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2번연속 진적은 물론 없었다.
한번 지고, 한번 먹고, 한번 또 먹고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시드를 불려나갔다.

그런데, 지금 나는 1점차이로.
1000만원이 죽었다.
오늘 샤넬 가방7백만원을 쓴걸 생각한다면
오늘 1700이 죽은것이다.


그럼에도 계좌에는 6천만원이 넘게 남아있었다.
다시 살릴 수 있다. 100만원으로 3천만원도 쉽게 만드는데
1000만원을 재입금하면 반드시 복구하고 +로 끝이 날것이다.


그때 정화에게 전화가 왔다.
받고 싶지만, 받을 수 없었다.
오빠 일하는 중이잖아. 정화야. 좀만 이해해줘.

다시 1000으로 시작하기 시작했다.
플레이어에 300 배팅

카드오픈.
플레이어 도합1
뱅커 도합2

또다시 1점차로 죽었다.

다시 뱅커에 300 배팅
플레이어 내추럴8
뱅커6

또다시 내추럴8에 잡혀 죽었다.

400 뱅커 배팅

플레이어 도합1
뱅커0

또다시 1점차.

순간 머리가 멍해진다. 눈 앞이 희미하고
속 안에서 깊은 응어리가 맺힌듯 숨이 꽉 막혀온다.
담배를 피지만, 구역질이 난다.

평소 손톱을 물지 않는데, 피가 날 정도로 물기 시작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건, 참을 수 없는 분노였다.
연속된 1점차 패배. 말도 안되는 패배. 내가 가는 족족 반대로 나온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다.
30분채 되지않아 2천만원을 잃었다.
계좌에는 5천이 남았다.

그 중 3천만원은 내가 회사를 다니며 모은 돈이었다.
내가 바카라로 딴 돈은 2천만원 밖에 남지 않았다.
정화에게 가방을, 사치스러운 생활과 각종 명품옷들을, 그리고
방금 죽은 2천까지.

5천을 땄지만 3천이 날라가는건 순식간이었다.
머리가 멍했다. 나는 홀린듯 2천만원을 입금했다.
남은 3천만원은 보험이었다.

이제 이것마저 잃게된다면,
나는 바카라로 딴 돈이 한푼도 남지 않을것이다.
하늘에 비는 심정으로 그림장이 좋아보이는 방을 찾아 헤멘다.

그래 이방이다.
이제 답은 하나다. 천씩 두번 배팅하는 방법이외에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첫방에서
그림장을 유심히 지켜보며 줄담배 3개를 연거푸 핀다.
타이가 나왔다. 이윽고 뱅이 나왔다.
타뱅.. 타뱅플

나는 혼자 중얼거리며 플이겠지 제발 플이여야한다는 마음으로
천만원을 플레이어에 배팅한다.
줄담배4개를 필때쯤이 되자 딜러가 카드패를 열기시작한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플레이어에 J가 깔린다.
뱅커에 J가 깔린다.
이윽고 플레이어에...
8과9가 깔리길 기도하면서 바라보지만..

2가 깔리고 만다.
이윽고 뱅커에 8이 깔린다.
정말이지 짧은 시간이었다.

내가 죽기까지 정말이지 이토록 짧을순 없을것이다.
나는 천만원을 죽었다. 순간 몸에 힘이 빠진다.
피고있는 담배를 끄고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 뺨을 때려보지만 현실이다.
이럴순 없다. 어떻게. 귀에서 이명이 들려온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남았다.

살 기회는 충분히 있다. 내게는 천만원이 남아있으니까.
나는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으며 눈을 부릅뜬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린다.

' 나에겐 천만원의 총알이있다. 나는 이순신이다. 천만대군과 함께한다. '

방을 옮겨 다음그림장을 유심히 지켜본다.
뱅커의 줄이 3번까지 내려왔다.
확실히 이방은 빨갛다. 뱅 방임이 틀림없다.

분명 뱅커는 적어도 4줄
많게는 7줄까지는 내려오리라.
나는 확신한다. 단 한번도 이런 줄에서 꺾인적은 없었다.

뱅뱅뱅.. 그리고 뱅일거다.
나는 천만원을 뱅에다 배팅한다.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웃통을 까서 바닥으로 던진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눈을 감고 기도한다.

플레이어 오픈
A
뱅커 오픈
6

그렇지!!!! 무조건 뱅뱅!
플레이어에 꿍나와라 꿍! 제발!

플레이어 오픈
5

안된다. 6. 뱅커6
아 차라리 꿍이라도 나와 제발
타이로 새출발 하자 제발!!!!!

뱅커 오픈
4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이런x발!!!! 장난치나 이 개x끼들아!!!

플레이어 도합6
뱅커는 도합0이 됐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는 있다.

뱅커의 뒷빨. 제발 8이 뜨길
기도하고 기도하고 간절히 빌고 또빈다.
눈을 꼭 감는다.

잠시후

추가카드 오픈
클로버 K 꿍.

아.

지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6대 0이라는 참패를 맞이했다
욕도 나오지않았다. 소리도 지르지 않았다.
그저 .. 그저 .. 멍 할 뿐이었다.
허탈함과 무력감. 죽고싶은 심정이 들었다.

잔고가 부족하다는 알람이 뜬다.
한참을 지켜보다 세션이 로그아웃 되었다는 알람이 뜬다.
화장실로가 세수를 한다. 거울속에 비친 내 몰골을 보니
분노에 가득찬 눈이 보인다. 그 모습이 너무도 보기싫어
주먹으로 거울을 치자, 유리가 깨지고야만다.

손에는 피가 묻었다.
나는 이성을 잃었다.
이것이 석이가 말하는 뚜껑열린다 인것인가.
그럴때 자신에게 전화를 하라했건만.

난 전화를 할 수 없다.
그 누구의 목소리도 듣고싶지 않았다.
나는 은행 어플을 켜, 3천만원을 충전하기로 결심한다.

이때는 5주년이 5일 남은 시점이었다.


- 5장에서 계속 -